제주경찰로부터 가정 폭력 예방 광고를 의뢰 받고 고민했습니다.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그 대상이 되어 봅니다.
이번엔 아이가 되어 봤습니다.
나를 때리는 어른이 어떻게 보일까 상상해봤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산만한 덩치의 거인이 나를 때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50센치의 키 차이는 물리적인 50센치가 아닙니다.
아이에겐 너무나 커보이는 공포감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떠오른 것이 해질녘 길에서 마주한 저의 그림자입니다.
제 키는 작았지만 그림자는 키다리 아저씨였습니다.
'그래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규어는 작습니다.
하지만 그 그림자는 큽니다.
아이에게 폭력은 바로 이와 같습니다.
아이에게 작은 폭력은 없습니다.
모든 폭력이 거대하고 버겁습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그 다음 문제는 항상 실행입니다.
보여지는건 1초이지만 광고인은 그 1초를 위해
3개월 동안 구상과 제작을 합니다.
단순하게 보이는 아이디어지만 이것을 실행하기 위해선
피규어의 크기,
벽의 재질,
케이스의 크기,
조명의 각도,
조명의 종류 (번지는 조명인가? 윤곽선이 또렷한 조명인가?)
등등 신경써야할 부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렇게 이 광고는 제주안전체험관에 설치되었습니다.
워낙 현장에서 변수가 많이 발생하니 설치 후
제주공항으로 돌아갈 때 몸의 힘이 쭉 빠진 채로 갔습니다.
기분만은 가벼웠지만요.
이번 제주 경찰 광고는 쉐도우 아트 형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작은 폭력은 없다라는 메시지를 그림자를 이용해 표현했습니다.
내년엔 또 어떤 메시지와 아이디어를 발견할지 저도 모릅니다.
그때까지 많은 것을 경험하고 공부하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이에게 작은 폭력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