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브랜딩이나 지자체의 광고를 맡을 때,
항상 그것의 가치를 고민합니다.
어떻게 그것의 가치를 올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면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대해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대구는 서울보다 가치가 없는 곳일까?
경산은 대구보다 가치가 없는 곳일까?
군위는 경산보다 가치가 없는 곳일까?
그렇다면 그것을 정하는 기준은 어디에 있을까?
내 머릿속은 이런 질문들도 가득 차게 됩니다.
한 도시의, 한마을의 컨셉을 잡을 때,
항상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려는 이유가 바로 이러합니다.
그 누구의 생각도 침범하지 않은 영역에서 시작해야
그것의 가치를 진정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군위가 그랬습니다.
군위군청의 광고 의뢰를 받았을 때,
어떻게 하면 군위의 가치를 높일 것인가?
고민했습니다.
저는 광고 의뢰를 받으면,
그것을 나타내는 단어들을 나열하는 편입니다.
군위의 경우,
당연히 '신공항'이라는 단어가 빠질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신공항'이라는 워딩은
동시에 매우 식상하기도 합니다.
신공항이라는 주된 재료를 사용하되
그것을 어떻게 소금을 치고 양념을 바르고 요리하느냐에
따라서 그 맛은 완전히 달라져 버립니다.
작업을 하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군위가 사람들에게 복권 같았으면 좋겠다'
복권은 긁어보기 전에 아무도 그 답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실, 제가 바랬던 점은 긁기 전의 희망이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매주 월요일, 퇴근길에 복권을 사고
그 설렘으로 한 주를 버팁니다.
그것의 결과는 딱히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미 복권을 산 사람에게는 그것이 희망이자 미래입니다.
물론 복권을 긁어보며 좌절하는 사람도,
다음 주 월요일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군위군청의 '군위는 복권이다'라는 카피를 공개했을 때,
제가 아는 어떤 카피라이터 선배님은 제게 이런 말씀을 건네셨습니다.
"복권은 원래 꽝이 더 많지 않나요?"
맞는 말입니다.
그러니 이 복권이 당첨되는 로또일지
꽝이 나와 버러지는 휴지 조각이 될지
만들어 가는 것은 이제 군위군청의 몫입니다.
제가 만든 광고 중에
광고주에게 부담이 되는 메시지가 많은 편입니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회장이라 부르면 그 사람은 회장처럼 행동하고
누군가를 인턴이라 부르면 그 사람은 인턴처럼 행동합니다.
'군위는 복권이다'
라는 카피는 군위에서 삶을 살아가는
분들에게는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군위군청의 공직자들에게는
이 말이 반드시 지켜가야 할 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만든 군위군청의 광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