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럼 우리 인간의 역할은 분명합니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을 믹스하면 됩니다.
백수시절, 아무나 광고를 맡겨주지 않을 때,
3.1절을 뜻깊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생각난 것이 독도 캠페인이었습니다.
순전히 애국심이 아니라 광고인으로서 그날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었습니다.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메시지는 진부합니다.
그러니 표현법은 완전히 달라져야 했습니다.
또한, 외국인이 봐도 이해될 정도로 쉬운 광고여야 했습니다.
기획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것은 태극기이고
일본을 나타내는 것은 당연히 일장기입니다.
두 나라의 국기를 보며 생각에 빠졌습니다.
그러던 중 저는 태극기의 ‘건곤감리’에 집중해 봤습니다.
그 의미의 바다로 제 자신을 빠트려 보았습니다.
저는 태극기 안에서 가장 독도에 가까운
것을 찾아야 했는데 그것이 바로 ‘곤’이었습니다.
태극기 안에는 하늘, 땅, 물, 불 등이 표현되어 있는데
‘곤’이 의미하는 것이 바로 ‘땅’이었습니다.
독도가 땅이니 곤을 이용하면
임팩트 있는 메시지가 나오겠다 생각한 것이죠.
그렇게 태극기 속의 ‘곤’ 하나를 때서
일장기에 넣어두었습니다.
마치 남의 나라의 것을 자기 것이라 우기는
일본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광고가 탄생한 것입니다.
그렇게 광고를 제작해 3.1절 날,
동성로에서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일본인도 이 광고 앞에서 사진을 찍어갈 정도로
현장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그러나 재미있는 일은 이 캠페인을 한 지
6년 뒤에 일어납니다.
매일신문사에서 광복절 날,
이 독도 광고를 전면 광고면 실어주신 겁니다.
그때 하나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좋은 콘텐츠는 절대 죽지 않는구나.
콘텐츠만 좋으면 그것을 계속 유통되고
배포되는구나라는 생각입니다.
광고를 만들 때,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세요.
저는 태극기를 만든 적이 없고
일장기를 만든 적이 없습니다.
이미 누군가 만들어 둔 것을
살짝 바꿔두기만 한 것이 전부입니다.
광고는 그런 것입니다.